
Polaroid Pogo - Official Image
폴라로이드 포고(PoGo)는 폴라로이드가 즉석카메라 필름의 생산을 중단하고 새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Zink”방식의 미니 포토프린터입니다.
Zink란 Zero Ink의 약어로서 (토너/잉크팩이 아니라) 열에 의해 발색이 되는 염색물질(dye crystals)이 도포된 특수 용지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80~90년대초까지 팩스에 많이 사용되었던 감열지와 인쇄 방식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할 수 있습니다. (Zink 기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 참조)
PoGo의 외형이나 기본기능은 인터넷상에 많이 리뷰가 되어 있으니 생략하고, 저는 PoGo를 맥과 함께 사용하면서 느낀 바를 간단히 적어 보겠습니다.
1. 맥과 PoGo의 연결
결론: 연결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PoGo는 통신 인터페이스로 블루투스와 USB를 갖고 있지만, PictBridge 호환 디지털카메라를 제외한 다른 디카/폰카/PC/맥과는 오직 블루투스로만 연결이 되며, 데이타 전송은 단순히 이미지 파일을 그대로 프린터로 보내기만 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식(OBEX)을 사용하므로 별도의 드라이버가 필요치 않습니다.
2. iPhone과 PoGo의 연결
결론: 현재(03/23/2008)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애플은 iPhone의 블루투스 기능을 거의 봉인하다시피 해서, 사용할 수 있는 주변기기는 오직 핸즈프리, 이어셋, 그리고 나이키의 조깅 모니터가 전부입니다.
iPhone/아이팟터치용 맥OS 3.0에서는 이것저것 쓸 수 있도록 풀어준다고 하니 기다려 볼 일입니다.
3. 화질&색감
결론: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일단 해상도가 낮아 이미지를 많이 뭉개고, 검정색을 제대로 검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 이때문에 사진이 전반적으로 티미~해 보입니다.
게다가 PoGo의 인쇄물은 화면보다 좀 노랗습니다. (제 주력머신인 아이맥은 주기적으로 칼리브레이션을 하며 쓰고 있고 다른 프린터들은 이런 문제가 없으므로 PoGo쪽 출력이 잘못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컴퓨터에서는 단순히 OBEX프로토콜로 전송만 하고 이미지 프로세싱은 프린터에 내장된 프로세서가 수행하는 방식이라 색감을 보정하는 드라이버가 쉽게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 결국 현재로서는 인물사진이나 기타 자연스런 색감을 필요로 하는 사진은 해당 이미지파일의 복사본을 만들어 맥 화면에서 약간 푸르딩딩하게 보이도록 역보정을 해서 출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가지 문제: 자세히 보면 세로로 미세한 줄무늬가 생깁니다. 아래는 PoGo의 출력 샘플을 스캔한 이미지입니다.

PoGo Printing Sample
이 현상을 없애기 위해 온라인 매뉴얼에 기재된 모든 해결책을 시도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다른 유저 리뷰들을 읽어봐도 이 현상은 제품의 고유 특성이라고 봐야 될 듯 합니다.
사진 품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때 유행했던 스티커사진 정도로 보시면 딱 맞습니다. (실제로 Zink용지 뒷면에는 스티커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4. 디자인 & 사용편의성
결론: 아무 생각 없이 만든 제품입니다.
첫 모델이라 그런지 완성도가 매우 떨어집니다. 제가 볼 때 가장 명백한 문제점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조루 배터리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20장을 채 출력하지 못합니다.
(2) 거대한 어댑터
배터리가 조루면 어댑터라도 휴대가 간편해야 할텐데, 어댑터 크기가 본체보다도 크고 무겁습니다. (사진 참조)

Pogo w/ Huge Adapter Block
어댑터 규격은 9볼트에 3암페어이고 요상한 연결단자를 사용하여 어디서 작은 대체품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적어도 휴대용 프린터를 표방했다면 이런 무개념 어댑터를 넣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적어도 USB로 충전이 되었다면 조루 배터리는 용서해 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3) 용지 잔량을 알 수 없음
한번에 10장들이 1팩을 넣게 되어 있는데, 용지함을 닫고 나면 밖에서는 용지가 몇장 남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용지함이 비면 작동상태를 알려주는 LED가 노란색으로 바뀌는 것이 유일한 피드백입니다.)
나온지 수십년 된 오리지널 폴라로이드도 용지가 몇장 남았는지 보여주는 게이지가 있었거늘…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다는 것을 팍팍 느끼게 해주는 무개념 디자인입니다.
동일한 용지를 사용하는 또다른 포토프린터인 델의 “와사비”는 용지함이 투명플라스틱으로 처리되어 있더군요. (사진 참조)

Wasabi - slightly better design than PoGo
결론
한때 “로모”라는 우크라이나제 토이카메라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싸구려 플라스틱 렌즈의 과장된 발색과 주변광량 부족현상을 오히려 마케팅에 역이용했던 (마케팅 측면에서)기발한 제품이었지요.
이렇게 어떤 제품의 문제점이 “원래 이런 종류의 제품은 다 그런 거다”라는 카테고리별 특성으로 인식이 되어 버리면 기존의 관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excuse가 가능해집니다. 즉, 폰카 화질이 나쁜건 당연하다, 토이카메라는 “토이”카메라니까 화질이 나쁜게 당연하다, 넷북은 넷북이니까 원래 성능이 이런거다 등등…
소비자들은 폴라로이드 인스턴트 카메라나 후지 퀵스냅 인스탁스에 대해 “인스턴트+카메라”라는 특성에 촛점을 맞춥니다. 사진을 바로 뽑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화질은 너그럽게 용서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폴라로이드 PoGo는 어떨까요? 프린터 이후 출시된 PoGo카메라는 위의 폴라로이드/퀵스냅의 후계자로서 어떻게든 끼어들어갈 수 있겠지만, PoGo나 델의 와사비 같은 프린터 only의 제품은 제가 보기엔 크게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토이카메라”라는 카테고리는 널리 통용되지만 “토이프린터”라는 말은 (아직) 없으니까요.
. “배터리로 구동되는 미니 포토프린터”라는 측면에서 PoGo도 나름대로 자기만의 포지셔닝을 하려 애쓰고 있지만, 소비자가 “프린터”라는 이름이 붙은 기기에서 기대하는 기본적인 출력 퀄리티를 PoGo는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
PoGo프린터에 카메라를 덧붙인 PoGo카메라는 그럼 괜찮은 물건일까요? 그것 역시 안타깝게도 아니올시다 입니다. 배터리와 어댑터 문제는 카메라 버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마치 15년 전에 BrookStone같은 잡동사니 매장에서나 팔았을 법한 조악한 디자인은 전성기 때의 폴라로이드 인스턴트 카메라의 독특한 디자인과 화질 앞에서는 그저 민망할 뿐입니다. 덩치 큰건 괜찮은데 “이건 폴라로이드니까 이렇게 생긴 거다”라는 존재감이 전혀 없이 그저 싸구려로 보일 뿐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뭐니뭐니 해도 구 폴라로이드 필름보다 현재 Zink 프린팅 방식의 화질이 심히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PoGo Camera Official Image
한편, Zink 용지를 사용하는 다른 재미있는 제품도 한두 가지 나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델의 “와사비” 이외에 일본의 장난감 업체인 Takara-Tomy사에서 출시한 Xiao라는 즉석카메라는 (PoGo카메라에 비해) 훨씬 납득이 가는 디자인에 사진품질도 좀 더 낫다고 합니다. (사진참조)

Xiao by Takara-Tomy Japan
요즘 사람들은 “카메라”라는 단어 앞에 “디지털”이라는 말을 굳이 붙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디지털 카메라를 연상합니다. 따라서 하드카피를 즉석에서 뽑아주는 인스턴트 카메라도 온라인에서 사용할 디지털 이미지 파일을 함께 생성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발전방향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인스턴트 필름(only film)카메라인 후지 퀵스냅 인스탁스 역시 일부 특수한 용도를 제외하고는 멸종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결국 현재로서는 Zink방식 카메라가 유일한 대안인데…
결론적으로 폴라로이드가 야심차게 내놓은 첫 모델은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판단이 됩니다.
일본 업자들이 eBay에서 Xiao를 4백불 선에 팔고 있는데, PoGo용 용지가 호환이 된다면 한번 구입해서 테스트를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Xiao의 재미있는 TV광고를 한번 보시죠.